4장. 주희 양명
1. 주자학과 양명학의 성립배경
성리학은 주희가 집대성한 학문으로 신유학, 송학, 주자학, 정주학, 도학(道學)이라고도 부른다. 성리학은 노장과 불교이론을 들여다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보편 법칙 틀을 만들었으며, 특히 주돈이, 소옹, 장재, 정호, 정이에게 영향을 받았다. 당시 중국 지식인들은 여진족에게 양자강 이북을 빼앗긴 상황에서 강한 중국을 위해서는 신하들이 군주에게 의리를 지켜야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성리학의 ‘리’는 현실의 의리로 나타난다. 성리학의 사상적 배경은 자기반성과 함께 불교와 도교 비판으로 나아간 북송 중기의 유학부흥운동이었다. 자기비판은 고문운동(古文運動)과 대의명분에 입각한 역사관, 문자 해석보다는 경전의 참 뜻을 밝히는 경학의 정립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도가 전해진 계보를 따지는 ‘도통론(道統論)’이 내부로는 누가 정통인지를 따지는 논의로 나아갔고 외부로는 이단론으로 연결되었다.
양명학은 명나라 때 왕수인이 만든 학문이다. 당시는 지배세력들이 많은 토지를 차지하고 지방 번왕(藩王)들이 반란을 자주 일으켰지만 주자학은 문제해결에 무력했다. 더구나 남쪽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적 경영방식이 도입되면서 고용인이 신체적 자유를 누리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속에서 개인과 자아라는 근대 의식이 싹텄다. 사상적으로는 주자학이 관학이 된 뒤 현실과의 긴장을 상실하면서 고착화하자 진헌장, 담약수를 중심으로 리학(理學)으로부터 심학(心學)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2 주희와 양명의 사상
주희는 중화의식을 내세워 금나라와의 화친을 반대하면서 왕도정치의 실현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학문은 중세 동아시아의 보편적 세계관이었으며, 사서(四書)에 해석을 붙인 사서집주와 근사록(近思錄), 사서혹문, 주자가례 등이 있다. 왕수인의 호는 양명이며, 환관 유근(劉瑾) 반대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용장(龍場)의 역승으로 쫓겨나서 ‘심즉리’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학문은 사장학에서 도가와 불교를 거쳐 성인의 학문으로 돌아왔다는 평을 받는다. 뒷날 주자학자들은 불교와 같다고 비판하였다.
주자학의 핵심 명제는 ‘성즉리(性卽理)’이다. 주희는 모든 사물에 리와 기가 다 있지만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뒤섞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시간적, 논리적, 가치론적으로 리가 먼저라고 한다. 리는 만물의 본성이며 도덕법칙이다. 사람의 본성은 본연지성과 그 본연지성이 현실에 드러난 모습으로서의 기질지성으로 나뉘어 진다. 기질이란 사람마다 다른 타고난 생리적, 감각적 제한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제거’하는 노력을 통해 기질지성을 극복하고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양명학의 명제인 ‘심즉리(心卽理)’는 모든 이치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뜻이며, 주자학에서 말하는 하늘이 정한 이치와 인간 주체의 통합을 의미한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리가 부모에게는 효로, 임금에게는 충으로, 벗에게는 믿음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인간 주체에 대한 신뢰에서 온 것이다.
주자학의 공부방법은 내면을 닦아가는 존덕성(尊德性)과 묻고 배우는 도문학(道問學)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통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왕수인은 맹자가 「진심」편에서 “배우지 않아도 알고 일삼지 않아도 할 수 있다”한 양지양능(良知良能)의 양지를 길러가는 치양지(致良知)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깨닫는 과정에서는 실천을 통해 이루어가는 사상마련(事上磨鍊)을 강조하였다.
주희는 앎과 행함의 문제에서 지행호발(知行互發) 또는 지행병진(知行․並進)을 주장하였다. 주희는 지와 행의 관계가 새의 날개나 수레바퀴와 같다고 하면서도, 선후를 따진다면 앎이 먼저라는 입장에서 지선행후(知先行後)를 말한다. 하지만 왕수인은 내 마음과 내 마음 밖에 있는 만물이 하나라는 만물일체론을 주장하였고, 이러한 생각이 지행합일론으로 나아갔다. 그 근거로 사람이 미인을 보고 한참 생각한 뒤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보자마자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앎이란 실천의 시작이며 실천이란 앎의 완성이라고 하였다.
3. 주자학과 양명학의 관계
양명학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어 놓으라는 현성파(現成派), 마음의 본 모습과 사물에 작용한 모습이 다르다는 귀적파(歸寂派), 양지는 도덕법칙인 하늘의 이치이므로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는 수증파(修證派)로 나뉘어졌다. 특히 현성파는 왕기―왕간―하심은―이지로 이어지면서 인간 주체에 대한 강조를 통해 서민문화에 상응하는 사상으로 나아갔다.
주자학과 양명학의 관계에 대해 계승이라는 입장과 극복이라는 입장이 있다. 전자는 두 사상 모두 봉건사회 이데올로기였다는 점에서 리학(理學)이라고 부른다. 후자는 권위주의에 반기를 든 것이 양명학이며, 이지(理智)적 규제에서 서정(抒情)적 자연주의로, 이치가 사물에 다는 객관에서 내 마음 속에 있다고 보는 주관으로, 전통에서 반전통의 자유주의로 나타났다고 보고, 주희의 리학(理學)과 구별하여 심학(心學)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문제로는 주희가 성선설을 기반으로 삼고 맹자를 도통으로 보았지만 학문 내용에서는 순자사상의 영향이 많다는 것이며, 이와 달리 왕수인의 학문은 맹자의 양지양능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유가 전통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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