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왜 동양철학인가?
1. 동양철학이란 무엇인가
동양철학하면 우리는 중국철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동양에는 인도와 아랍도 포함된다. 근대 시기 일본은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과 겨루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중국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학 붐이 일었다. 이러한 역사 경험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얼마 전부터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인간성 상실, 환경오염, 사회주의의 몰락에 따른 변혁 전망이 퇴조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열기 속에는 개인 도덕을 강조하면서 자신 내면에 안주하려는 이기적 발상이 담겨 있다. 또한 기공이나 신과학운동처럼 신비주의와 몰역사적 사유를 유행시키기도 하며, 전통철학이 나온 사회 구조와 그 사상이 했던 사회적 역할을 따지지 않고 오늘날도 여전히 가치 있고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동양의 성인(聖人)이나 도(道)는 신비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동양철학에 그런 경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자는 사회 개혁을 위해 일생을 살았고 노자사상도 늘 농민반란의 이념기반이었다. 불교에는 사물에 구속되지 않고 참 자유를 얻는 길이 있고, 제자백가는 혼란했던 춘추전국의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었다.
Philosophy는 일본의 니시 아마네(西周)가 번역한 용어로서 Philos(사랑)와 Sophia(지혜)를 합친 말이며, 그 대명사는 ‘아이 나누기’로 지혜를 뽐낸 솔로몬이다. 하지만 동양식 판결은 솔로몬과 다를 것이다. 동양은 지혜보다 어짊을 높였고 이들이 추구한 것은 도(道)였다. 따라서 철학보다 도학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
2. 동․서양 사유방식의 차이
생존양식의 차이가 사유체계의 차이를 만든다. 인류문명의 발생지인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는 모두 동양이며 농경문화이다. 하지만 서양문화는 헤브라이즘의 출발인 이스라엘이나 서양문화의 중심인 게르만과 앵글로색슨처럼 모두 유목이다.
유목과 농경의 차이는 첫째 자연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나타난다. 서양은 자연을 극복 또는 이용 대상으로 보았고, 동양은 합일을 강조한다. 동양의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렇게’ 되는 자기 원인자이며 자기 완성자이다. 그러나 서양의 Nature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미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둘째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다. 농업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따라서 대가족제가 나타난다. 대가족의 효율적인 통제 방식은 농사 경험이 많은 노인 중심의 수직구조이다. 하지만 유목은 가축의 먹이나 사냥감이 떨어지면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옮겨갈 때 불필요한 짐처럼 어린이나 노약자도 버려졌다. 이러한 생존 환경이 부부 중심의 횡적 관계에 기초한 소가족제를 낳았다.
셋째는 유기체적 사고와 기계론적 사고의 차이이다. 기계론적 사고는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나누었다. 아시아, 아프리카를 유럽을 위한 이용 대상이라고 본 제국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여기에서 나왔다. 이 세계관은 사물을 정지된 상태에서 국부적으로 보고 그 속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사고를 통해 오늘의 과학문명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와 달리 유기체적 세계관은 대상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는 상관적 사고이다. 간 ․ 심 ․ 비 ․ 폐 ․ 신의 다섯 장부를 목 ․ 화 ․ 토 ․ 금 ․ 수의 오행과 연결시키고, 이 다섯 가지의 상호 연관에 주목하는 상생론(相生論)과 상극론(相克論)을 통해 관계론을 강화해 나갔다. 따라서 정지가 아니라 변화의 실상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때로는 자연과 인간을 일치시키려는 생각에서 비약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낳기도 했다.
동서양의 이 같은 차이는 의학, 예술 뿐 아니라 정신과 육체,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도 잘 나타난다. 서양은 정신과 육체를 나누었다. 하지만 동양은 하나로 이해하였다. 또 서양은 현실과 사후세계를 분리했지만 동양에서는 죽음을 기의 흩어짐으로 보았다.
3. 오늘 우리에게 동양철학은 무엇인가
동양철학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생활양식으로 남아있다. 물론 그 안에는 버릴 것도 있고 계승할 것도 있다. 따라서 비판적 태도와 열린 마음으로 동양철학을 보아야 한다. 과거의 동양철학을 현대에 적용해 들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동양철학의 시각으로 우리 문제를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동양철학의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동양철학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하다. 첫째는 좋은 점만 보면서 최대한 살려 내려는 경우이다. 좋은 의미에서는 주체의식이 강한 사람이지만 나쁜 의미에서는 전근대적 사고를 가진 보수주의자들일 수 있다. 둘째는 전면 거부하는 경우이다. 좋게 보면 미래지향적이지만, 나쁘게 보면 외래문화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부정적인 요소를 버리고 긍정적인 점만을 계승하려는 경우이다. 좋게 보면 합리적일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와 동양철학을 바르게 접맥시키는 기준은 현실적 요구이다. 이 같은 기준에서 동양철학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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