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중국불교
1. 사상적 배경
불교는 기원전 6세기에서 4세기 경 『베다』의 전통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사상가인 사문(沙門)의 혁신 사상으로 나타났다. 석가는 쾌락주의와 고행주의의 양극단을 떠난 중도(中道)를 가르쳤다. 내용으로는 ‘삼법인(三法印)’, 또는 ‘사성제(四聖諦)’이고, 수행방법으로는 팔정도(八正道)가 있다. 불교의 깨달음은 연기법(緣起法)의 인식이다. 연기법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난 까닭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고정 불변하고 영원하며,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우주의 대자아와 합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 나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자아 인식이 착각이나 잘못된 견해임을 안다면, 우리는 비로소 자아나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져서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2. 중국불교의 특징
중국 불교는 인도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천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적으로 중국화한 불교를 가리키며, 이 때 중국화했다는 의미는 인도 유식 불교의 아라야식연기가 중국 불교의 진여연기로 변했다는 뜻이다.
아라야식 연기는 세상 모든 것이 아라야식에서부터 전변한다고 본다. 유식 불교에 의하면, 마음은 눈으로 보고 아는 마음(眼識), 귀로 듣고 소리를 아는 마음(耳識), 코로 맡고 냄새를 아는 마음(鼻識), 혀로 핥고 맛을 아는 마음(舌識), 만져보고 아는 마음(身識)의 전오식(前五識)과 외적 감각을 통괄하는 제6식(意識), 자아의식인 제7 마나식, 인간의 모든 경험을 간직하고 모든 행위를 발생시키는 근원적인 마음으로서의 제8 아라야식이라는 8가지 마음(八識)으로 구성된다. 유식 불교에서 모든 과거 경험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힘의 형태로 머물러 있다가 현재와 미래의 경험에 작용력을 발휘하는데, 이 잠재적인 힘을 종자(種子)라고 부르며, 아라야식 속에 저장된다. 훈습된 아라야식의 종자에서 전7식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그러한 현행이 또 종자를 훈습시키는 끝없는 순환이 나온다. 이렇게 아라야식의 종자에서 현상계가 드러난다고 보는 설명 방식이 아라야식 연기설이다.
이에 반해 진여 연기설은 생멸 변화하지 않는 불생불멸의 실체인 진여(眞如, Tathata)가 생멸 변화하는 객관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불생불멸한 실체에서 생멸 변화하는 현상이 나온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대승기신론』에서는 이 모순을 “실체인 일심(一心)에 진여문과 생멸문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一心開二門)”는 설명으로 해결한다. 마음의 두 측면인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은 각각 모든 대상을 총섭하므로, 이 두 측면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생멸은 여래장(如來藏)에 의거하여 있으며, 여래장이란 여래를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불성(佛性)이자 우리 인간들이 본래부터 저절로 갖추고 있는 ‘깨끗한 성질의 마음(自性淸淨心)’이고, 바로 마음의 본체인 ‘진여(眞如)’이다. 이러한 사유 방식에서 단순히 공(空) 뿐 아니라 ‘신묘하게 존재함(妙有)’을 강조하는 중국 불교가 나오게 된다.
3. 천태불교, 화엄불교
중국 불교를 크게 보면 천태, 화엄, 선불교로 나뉘어 진다. 천태 불교는 우주 전체를 '하나의 마음(一心)'이라고 파악하는 점에서 중국 불교의 특징인 진여연기를 잘 보여준다. 마음을 본체로 보는 것, 본체로부터 생겨난 일체의 사물을 진여의 표현으로 보는 것, 그리하여 본체와 현상을 둘로 나누지 않는 견해가 기본적으로 진여연기에 속한다. 모든 것이 본성 안에 다 갖추어져 있다는 성구설(性具說)을 주장하였다. 화엄 불교에서는 세계를 네 가지 모습(四法界)으로 나눈다. 현상 세계인 사법계(事法界), 원리 세계인 이법계(理法界), 원리 세계가 현상계의 개체 모습이라고 보는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모든 현상이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연관된다고 보는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이다. 이 현상 세계는 진여가 그대로 발현되어 있다고 보는 성기설(性起說)을 주장하며, 따라서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가 된다.
선불교의 철학적 특징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선불교는 특별한 경전에 의지하지 않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문자나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심법(以心傳心)을 중시하였다. 선불교 역시 진여연기 중심의 중국 불교를 잘 보여주며, 화엄 불교의 종지와 일치한다. 단지 방법 면에서 화엄 불교가 이론적인 교리를 통해 진리를 설명하려고 한 반면에, 선불교는 한 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얻을 것(頓悟成佛)을 주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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