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문화론과 교육론
문화론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문화와 예술을 동일시하는 갈래가 있는가 하면, 문화와 문명을 동일시하는 갈래가 있다. 문화를 의식 또는 허위의식의 체계로 보는 갈래가 있는가 하면, 문화를 일상세계의 맥락에서 규정하고 논의하는 갈래도 있다. 그리고, 사회구조와 행위주체를 통합하는 지점에서 문화가 작동한다고 보는 갈래도 있다. 어떤 갈래에 있든 기존 문화론은 문화를 특정 영역 또는 측면에 한정하여 좁게 정의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기존의 문화론은 문화를 인간의 삶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드러내지 못하였다.
20세기 이전에는 문화와 문명을 서구 백인들의 전유물로 인식하였다. 현대 인류학적인 문화론은 타일러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는데, 그는 문화를 “한 사회 구성원이 획득한 능력과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하였다. 20세기 이전에는 인문학적 문화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20세기 초에 사회과학적 문화연구가 시작되었고,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문화를 주관적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 흐름도 나타나게 되었다.
인류학은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다양한 문화론을 발전시켜 왔다. 인류학에서는 문화를 정신과 물질 중 어디에 중심을 두고 볼 것인가에 따라 관념론적 문화론과 유물론적 문화론의 갈래가 나타났다. 문화를 실증주의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현상학적 해석의 과정으로 다룰 것인가에 따라서는 과학적 문화론과 해석적 문화론의 갈래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갈래에 있다고 하더라도 인류학자들은 몇 가지 공유하는 입장이 있다. 첫째, 문화의 상대성을 중시한다. 둘째, 문화를 총체적 현상으로 본다. 셋째, 문화를 일상적인 것으로 본다. 넷째, 문화가 절대적 진리의 형태로 실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생존을 위해서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을 기본적인 필요로 보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며, 그 필요를 충족하는 방법과 과정도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동시에 인간은 가장 원초적인 생존의 단계에서조차 ‘왜’와 ‘어떻게’를 부단히 묻고 답하는 존재이다. 즉, 인간의 생존과 실존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문화가 사는 방식과 보는 방식이라면, 교육은 사는 방식과 보는 방식을 다시 보는 것이다. 교육은 반성을 통해서 더 나는 삶을 모색한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형식이며, 동시에 교육적 반성의 소재가 되는 일상적인 삶의 형식이다.
문화는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훈습된다. 앤더슨이 말한 상상이라는 문화적 기제에 의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래서 월드컵 때 보았던 것처럼 거의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문화를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문화에 갇히는 역설적인 존재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어디서 누가 하든 가르치는 활동을 하면 그것을 교육이라고 하고, 가르치는 활동과 관련이 있으면 교육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붙인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교육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이념형으로서의 교육이다. 이념형은 현실로 다 나타나지 않더라도 본질상 가져야 하는 사물의 내포적 속성과 그 외연적 범주를 말한다. 이념형은 일종의 주장이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교육의 이념형으로 포착 가능한 활동만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이념형에 의하면, 교육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교수와 학습의 상호보완적 결합, 인간 형성의 변증법적 방식, 평생에 걸친 노력의 과정이 그것이다. 또한, 교육에는 아홉 가지 속성이 있다. 상호보완성, 의도성, 개별성, 사회성, 과정성, 내면성, 변증성, 개방성, 총체성이 그것이다.
오랜 기간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학교태를 따르게 된 인간을 학교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좋은 학교를 거쳐 좋은 일자리를 찾아나가는 생존경쟁의 연속선에 있게 된다.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교육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문화에서는 학교와 교육이 혼동되고 있다. 학교가 본래 교육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학교에서 교육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학교는 교육의 이념형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에게는 학교의 실상을 교육의 이념형에 비추어 분석, 평가, 반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최대한 교육의 이념형에 맞게 수렴해야 한다. 즉, 학교의 모든 문화풍토가 과연 교육적인지 부단히 평가하고 교육적이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강의요약
1.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최대한 교육의 이념형에 맞게 수렴해야 함
2. 교육은 교수와 학습의 상호보완적인 결합, 인간형성의 변증법적 방식
3. 평생에 걸친 노력의 과정이라는 개념적 요소를 가짐
4. 인류학자들의 공통입장 : 문화상대주의, 총체주의, 일상주의, 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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