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가정문화와 가정교육
가정문화와 학업성취의 관계
히쓰(Heath, 1983)는 미국 남ㆍ북캐롤라이나주의 흑인 노동계층, 백인 노동계층,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잠자리 책 읽어주기를 비교 연구하였다. 잠자리 책 읽어주기 방식의 차이는 세 가정 자녀들의 초등학교 학업성취의 차이로 뚜렷이 나타났다. 그리고, 백인 중산층 문화가 학교의 문화와 가장 유사한 반면, 흑인 노동계층 가정의 문화가 가장 거리가 멀었다.
필립스(Philiphs, 1983)는 미국 오리건주의 한 인디언 보호구역 학교에서 백인 아이들과 인디언 아이들을 비교 연구하였다. 인디언 아이들의 학교 부적응은 나날이 심각해졌고 학업성적은 나빠졌는데 필립스는 그 원인을 소통방식의 차이에서 찾았다. 즉, 인디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마을의 대화법과 백인 교사들이 요구하는 대화법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성장한 가정의 문화적 배경은 학교에서의 성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모든 권력관계는 지배집단의 도구와 습관을 선택하면서 소수집단의 그것을 배제한다. 특히, 근대 이후의 지배집단은 학교를 장악하여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토대를 확보하였다. 지배집단의 논리는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두 가지 논의를 파생시켰다. 하나는 문화실조론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교육론이다.
문화실조론(-원인을 분석하는 것;문화적 결손을 ‘영양실조’에 대비한 이론)에 의하면, 학교 공부를 잘 못하는 것,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 교양 있게 살지 못하는 것 모두가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한 탓이다. ‘빈곤의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문화(진취적인문화)’를 습득해야 한다.
보상교육론(-대책을 세우는 것;문화실조론에 입각해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가정이 해주지 못하는 일을 학교,사회,국가가 해주자는 이론)에 의하면, 문화실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수집단 아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 보내어 좋은 문화를 공급하고 나쁜 문화를 개조해야 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약 30년에 걸쳐서 미국 정부는 ‘헤드스타트’(Head Start) 운동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불리한 조건에 있는 아이들을 조금 먼저 출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여러 형태의 예비학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문화실조론과 보상교육론은 문제가 있다. 문화실조론은 서구 백인층의 편견에 입각한 것이며, 문화의 다름을 보지 못하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보상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 혹은 정체성에 회의를 가지면서 자존심을 잃게 되었고, 절망을 먼저 학습하고 주변부의식을 갖게 되었다.
가정의 비교육적인 문제들
가정은 가장 일상적인 생활공간인 탓에 반성적 성창이 부족할 수도 있다. 부모들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여러 형태의 ‘비교육’을 자행할 우려가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유착, 양육과 부양 관계가 흔히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가정교육 상황에서 나타나는 몇가지 고정관념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은 교육을 ‘미성인을 가르쳐서 성인으로 만드는 활동’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미성인 자녀들은 실제로는 교육보다는 훈육, 통제, 계몽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성인 자신도 학습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항상 동반하는 것이다(敎學相長). 변증법적 대화를 통해서 자유과 자율, 성찰과 해방이 가능하게 되는데, 여기서 저항은 중요한 요소이다. 이 점에서 저항은 교육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가정교육도 교육의 개념적 요소를 충족시킬 때 온전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즉 가정에서의 교육 역시 교수와 학습의 상호보완적 결합이고, 인간형성의 변증법적 방식이며, 평생에 걸친 노력의 과정이다. 가정교육의 뿌리는 부모교육에 있다. 가정의 문화가 교육적이지 않으면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가정교육은 가정의 문화를 교육의 문화로 형성,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다.
가정에서 교육적 과제 - 사회화의 측면, 교육공동체적 측면, 질문의 측면
사회화 : 새로운 구성원들을 기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기르는 과정
사회화와 교육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 지식, 가치, 규범, 기술 등을 학습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고 배우되 그 일을 반성적, 주체적, 공동체적, 장기적, 총체적, 내면적으로 할 때 이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일을 사회화의 잣대가 아닌 교육의 잣대로 통찰하고 실천할 때, 그 가정을 교육적인 문화를 가진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생활을 교육적인 관점, 기준, 방식으로 설계하고 실천하고 반성할 때, 그 가정을 ‘교육공동체(구성원들 자체가 개성을 가지고 모두 주체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교육공동체라 할수 있음)’라고 부를 수 있다. 교육공동체는 ‘공동체를 위한 교육(가족 모두가 개성을 가지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깨달음과 배움과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것)’과 ‘교육을 위한 공동체(가정 구성원 각자의 교육적인 삶을 위해 가정환경 자체가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것)’의 양면을 충족해야 한다. 교육공동체는 구성원의 동질성을 전제하지 않으며,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부단히 구성되고 재구성되고 향상되는 과정에 있다.
교육은 무지, 무능, 부족, 유한, 부조리, 모순 등에 대한 자각, 통찰, 반성, 상심을 중시하는 삶의 형식이다. 질문이 없으면 자신과 세상의 한계를 깨달을 수 없으므로 교육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교육적인 가정은 질문이 넘치는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의요약
1. 가정의 문화적 배경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침
2. 문화실조론 - 낮은 학업성취를 문화실조에서 찾는 것
3. 보상교육론 - 문화실조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기에 학교교육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
4. 문화실조론과 보상교육론은 서구 백인 중산층의 문화적 편견에서 출발한 것임
5. 우리는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교육적인 문화를 가진 가정으로 만들어 나가야하는 과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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