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중국현대문학의 성격
이 첫 번째 강좌는 중국 현대문학 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강좌입니다. 사실 대학 사회에서 “현대”라는 말처럼 두루 쓰이는 말도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이 현대라는 말의 뜻은 상식적인 듯하면서도 문맥에 따라 달리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현대, 중국의 현대, 프랑스의 현대는 그 성격이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서구 각국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이 강좌에서는 중국문학에서 말하는 “현대”라는 말의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현대문학이란
이 부분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 중국에 대한 논의에서, 특히 중국의 현대문학에 대한 논의에서 말하는 현대라는 말의 뜻과,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로 쓰이는 근대라는 말, 또 중세, 고대와 같은 말들의 뜻 그리고 그 정확한 쓰임새입니다. 우선 고대나 중세에 대해서는 다들 막연한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그 범위를 말할 수 있지만 근대와 현대는 왕왕 중복되어 쓰이곤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근대, 현대를 비롯한 용어들의 뜻이 대체로 서구의 역사학자들이 내린 정의를 기반으로 하여 통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지배적 사회경제 질서로 대두한 이후를 근대라고 하고,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어 유럽 민족국가들이 상호 협력 체제를 포기하고 무한경쟁 시기로 들어서고 사회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한 이후의 시기를 현대라고 부르는 서구식 정의가 근대와 현대의 지배적인 의미라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이나 한국도 나름대로 현대와 근대의 뜻을 개발하여 통용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중국과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교육제도와 학술시스템은 실상 서구의 신학문에 대부분 입각해 있으며 전통적인 학술사상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서구식 틀을 채택하고 있고 주류를 형성하는 학자들도 서구 국가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교육기관의 이름을 딴 대학들도 있지만 실상 이름만 그러할 뿐 학문 분과의 분류, 학위 수여 방식, 전문가들의 학술 활동 등은 서구의 대학과 비슷합니다. 이런 사정은 중국의 경우 한국보다는 덜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서구의 학술 용어로부터 출발한 현대 혹은 근대라는 말의 뜻을 중국화 혹은 한국화시키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강좌의 취지가 현대, 근대 등의 말의 뜻 자체를 엄밀하게 정의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하고, 중국 현대문학에서 말하는 현대의 뜻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을 문학혁명(文學革命)이라고 부르는 문학적 변혁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던 1910년대 후반을 현대문학이 시작된 시기로 봅니다. 보다 세밀하게 본다면 1917년에 발표된 胡適의 <문학개량추의(文學改良芻議)> 혹은 1918년에 발표된 魯迅의 <광인일기(狂人日記)>를 현대문학의 출발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근대 혹은 현대라는 말의 뜻이 일견 상식적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그 뜻들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강좌에서 시도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2. 중국 현대문학의 시기구분
앞에서 20세기 초, 구체적으로는 1910년대 후반에 출발한 중국의 새로운 문학을 중국 현대문학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대문학(當代文學)이라는 용어와 신시기문학(新時期文學)이라는 용어입니다. 이 용어는 오늘날 중국에서는 공식적인 용어가 되어 있어서 1949년 이후에 대해서는 당대, 혹은 당대문학이라고 불러야만 합니다. 또 1976년 이후의 시기는 신시기 그 이후의 문학은 신시기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중국인들에게 현대, 현대문학이라고 하면 1910년대 후반부터 1949년 이전의 시기만을 가리키는 말이 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1949년을 계기로 하여 중국의 역사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외국의 전문가들은 당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으며 그냥 현대라는 말로 20세기 초 이후의 시기를 하나로 묶어서 가리킵니다. 그 이유는 20세기 초 이후의 시기가 기본적으로 연속적인 시기이며 1949년 혹은 1976년이 그다지 결정적으로 중국의 상황을 변화시켰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요사이에는 일부 중국 학자들이 20세기 중국문학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上海 复旦大學의 陳思和 교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가를 놓고 여기에서 왈가왈부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또한 문제제기에 그치기로 하겠습니다.
3. 중국 현대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다소 어려운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이 보편성과 특수성이란 서구문학이 주도하는 이른바 세계문학의 조류와 중국문학의 흐름이 과연 어느 정도로 공통적이며 어느 정도로 다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실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사항들은 반드시 어느 정도는 공통적이지만 완전히 같은 경우란 없습니다. 중국 현대문학과 서구 현대문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는 공통적일 것이고 그렇다고 결코 동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자주 제기되는 것은 서구의 강한 영향 아래 형성되어 발달한 중국의 현대문학과 현대문화가 서구의 현대문학, 현대문화와 어느 정도로 궤도를 같이하며 어느 정도로 성격을 달리하는가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속적으로 말해서 중국은 서구문화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서구 문화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중국 문화를 발달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가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중국 현대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논의가 되풀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서구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가 혹은 거부하는가 하는 태도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문제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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