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기분장애
1. 개관
기분장애는 우울, 희열과 같은 기분, 즉 한 인간의 지속적인 내적 감정상태의 장애가 결정적인 병리인 장애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신운동, 인지기능, 정신생리기능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도 장애가 나타난다. 행동장애의 변화가 현저하기는 하지만 정신분열증에서처럼 괴이한 경우는 드물다.
2. 분류
우울, 자살, 조증 등은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기술되어져 왔다.
이에 대해 Hippocrates, Galen 등에 의해 또한 중세기를 거치면서 체액설 등 여러 이론들이 발전해 왔다. 1896년 Kraepelin이 당시까지의 기술을 종합하여 조울정신병(manic-depressive psychosis)로 명명하고 현대적 분류를 시도하였다.
현재 미국의 DSM-IV 분류에 따르면 기분장애는 크게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로 나뉜다.
우울장애는 다시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와 감정부전장애(dysthymic disorder)로 구분된다.
양극성 장애는 I형 양극성장애(bipolar I disorder)와 II형 양극성장애(bipolar II disorder), 순환성장애(cyclothymic disorder)로 나뉜다.
이러한 분류방식 이외에도 일차성 우울(내인성 우울: 외부원인 없이 생물학적인 원인으로 생긴 것)과 이차성 우울(신체질환이나 약물, 생활사건 또는 다른 정신질환에 관련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이중 심리적 원인에 의한 것을 반응성 우울이라고 함)로 분류하기도 한다.
3. 원인
① 유전: 가족 중 기분장애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확률이 없을 경우보다 양극성 장애의 경우에는 8-18배 더 많고, 주요 우울장애는 2-10배 더 많다.
② 생화학적 원인; 가장 강력한 이론은 신경전달물질로 설명하는 것이다.
즉, 노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감소가 우울증상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에서의 변화라기 보다는 수용체 감수성의 변화라는 수용체가설이 제안되고 있다.
③ 사회심리학적 요인
- 환경요인 및 생활사적 사건: 환경으로부터의 스트레스가 우울증과 관련된다는 것
- 병전인격 특징: 흔히 우울증은 자존심이 낮고 초자아가 강하고 대인관계가 의존적이며 지속적이고 성숙하 대상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 걸린다는 설. 반면 순환성 성격이나 경조성 인격은 양극성 장애와 관련이 있다.
- 정신분석 및 정신역동적 요인
프로이드는 우울증은 상실 후에 생기는 명백한 죄책감, 그리고 상실에 대한 분노, 무력감 또는 고립무원감 같은 반응, 그리고 결국 자신에게로 향하게 되는 적개심 등을 극복하지 못하게 된 것이 원인적 요인이라고 본다. 정신역동적 설명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아동기 때의 경험이다. 아동기 때의 외상이나 잘못된 대상관계 등이 영향을 준다고 본다.
Spitz와 Bowlby 등은 유아기나 아동기 때 초기 모자간의 애착관계에서의 이별과 그에 따른 자아기능의 손상으로 우울증상을 설명한다.
조증은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우울증에 대한 부인(denial) 기제의 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 행동이론
주로 동물연구를 통해 이론화되었음, 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고통을 줄 때 동물은 포기 상태에 빠진다. 이를 학습된 무력감이라 하는데, 이 이론에서는 인간 역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역경이 지속될 경우 자포자기상태에 빠지고 어떠한 극복에의 도전도 나타내지 않는 무력감을 경험한다고 본다.
- 인지이론
Beck의 인지이론에 의하면 부정적 생활경험, 부정적 자기평가, 세계에 대한 비관주의적 인식, 무력감 등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인지에 잘못된 부정적 해석을 하는 것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본다.
4. 임상양상
(1) 경한 우울증
정서적으로 우울하며 슬픈 느낌을 가진다.
환자는 자신감이 없고 생의 의욕이 없고 피곤해 하고 일하기를 싫어하며 혼자만 있으려 하고 평소 해오던 일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생활의 재미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고 매사가 짐이 되는 듯 여기며 평소 해오던 직업을 포기하려고 한다. 사고는 몇몇 주제에 국한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매우 느려진다. 많은 경우 미래의 실패에 대한 불안, 거절, 보복에 대한 불안 때문에 무슨 일이든 결정을 못하고 우유부단해진다.
신체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체중감소, 식욕부진, 소화장애, 변비, 가슴답답함, 두통, 수면장애, 쇠약상태 등을 호소한다. 건강염려증이 생기고 자신은 신체장애 때문에 우울하다고 믿는다.
(2) 심한 우울증(주요 우울장애)
경한 상태에서와 비슷하지만 정서적 고통이 훨씬 심각해 진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리고 얼굴에 표정이 없거나 고통스럽고 이마에 주름이 패여 있으며 아래만 내려다 보고 있다. 눈썹 사이와 코와 구순 사이에 주름이 잡혀 있다. 체중이 빠지고 땀이나 다른 분비물은 감소된다. 근육의 힘이 감퇴되고 변비가 생기며, 성적 욕구도 감소되머 남자환자의 경우 흔히 설불능이 된다.
수면장애는 상당히 특징적이다. 잠이 얼른 들지 않고 훨씬 빨리 잠이 깨게 된다. 흔히 우울증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심하고 오후가 되어 해가 저물어 가면서 덜해지는 특징이 있다.
사고진행에 억제가 나타나 말은 느리고 대답은 간단하고 대개 단음절이며 낮은 목소리이다. 행동은 점차 지체되고 억제되어, 시작할 때나 수행할 때에 매우 느리다. 심할 때는 혼수상태로 빠진다. 때로 환자들은 자신이 아무런 느낌도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를 지체성 우울(retarded depression)이라 한다. 반면 초조성 우울(agitated depression)은 지속적인 불안, 걱정, 긴장, 장래의 위험에 대한 느낌과 어쩔 줄 몰라하는 불안과 초조감, 좌불안석 등이 동반된 우울증을 말한다.
우울상태 중 가장 심한 혼수성 우울이 되면 자발적인 운동행위는 없어지고 외부자극에 대해 최소한의 반응밖에 없다. 환자는 말이 없고 함묵상태이며, 의식이 혼미하다. 죽음에 대한 생각에 강하게 집착하고 꿈 같은 환각에 사로잡혀 있다.
(3) 경조증(hypomania)
가벼운 형태의 조증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 상태이다. 감정은 유쾌해지며, 주장이 많고 자기도취, 자기확신, 자기만족, 자신감, 힘, 허세 등에 넘친다. 돈을 허황하게 낭비한다. 여러 가지 야심찬 계획에 가득차 있고 금방 실패하거나 포기할 일들을 벌여 놓는다. 때로는 지나치게 술에 빠지게 되는데, 다른 어느 문제보다도 이 과음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언어에서 흔히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빠르고 많으며 '절대로' '결코' '최고로' 등의 과장된 표현이 많다. 참을성 없고 무슨 일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없고 너무 분주하며 주의가 산만하여 사고과정이 급하고 쉽게 삼천포로 빠진다. 장난이 심하고 떠들썩하게 유머와 농담이 많다.
타인과의 관계가 대개 피상적이고 타인의 요구나 느낌에 대해 둔감하다. 더구나 요구가 많은데 그 요구가 거절되거나 비판을 받으면 금방 분노, 욕, 노골적인 적개심으로 반응한다. 감정의 기복도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들떠있는 기분에서 갑자기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간섭이 많아 주위의 동료한테 방해가 되며 불편을 끼친다.
본인은 휴식이 필요없다고 하며 실제로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 성에 과도하게 몰두하여 평소 정숙했던 사람이 난잡해지기도 한다.
(4) 조증상태(manic state)
의기양양, 기고만장, 흥분상태가 되고 매사에 속도가 빨라진다. 부와 권력에 대한 과대망상이나 종교적 과대망상 그리고 그와 관련된 피해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몇 천 만원을 하루에 써버린다거나 낯선 사람과 즉각적인 성행위를 해서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환각이 나타날 수 있으나 흔하지 않고 착각인 경우가 많다. 사고과정은 비약이 많고 연상이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말이 힘차고 높낮이가 자주 변하며 강조하는 액센트가 두드러진다.
사고비약, 신어증, 지리멸렬한 특징을 보이며 주의깊게 관찰하면 조증환자의 연상작용은 와해되어 있다. 병원안에서는 병실활동에 끼어들고 간섭하고 타환자들에게 방해를 하게 된다. 기괴한 몸치장과 과장된 몸짓을 보이기도 한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피로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나친 활동 때문에 탈진상태에 빠져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너무나 바빠서 식사도 안하려고 한다.
☞ 주요우울장애는 심한 우울증 상태가 지속되는 것, 감정부전장애는 경한 우울증이 2년 간 지속되는 것, I형 양극성 장애는 조증상태가 심한 것으로 우울삽화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II형 양극성 장애는 우울증이 심한 데 약한 조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5. 경과 및 예후
기분장애의 경과는 대체로 예후가 정신분열증보다는 양호하나 장기간 장애로 재발 경향이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첫발병 때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적으로 관계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후 재발은 뇌의 장기적 변화 때문으로 보는 수가 많다.
주요우울장애는 양극성 장애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다. 주요우울장애의 기간은 약 6-13개월이지만 치료하면 3개월 정도 짧아진다. 주요우울장애의 재발빈도는 대개 20년에 5-6회이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우울증의 기간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양극성 장애의 경우 대개 우울증으로 장애가 시작된다. 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증의 기간은 약 3개월이며 삽화간 간격은 병이 진행될수록 짧아져서 대개 6-9개월이다. 조증은 빠르게 발병하여 수일 내지 수개월 지속된다. 조증이 계속되면 사회생활이 파괴되거나 약물중독이 되기 쉽고 과잉활동으로 신체탈진, 심장장애가 오기도 한다.
주요우울장애는 발병시기가 어릴수록 예후는 더 좋지 않다.
그러나 가족지지가 있을 때, 사춘기 시절 친구가 있을 때, 인격장애가 없을 때, 입원기간이 짧을 때는 예후가 좋다.
양극성 장애의 경우는 병전 직업적 기능이 나쁠 때, 알코올 의존이 있을 때, 정신병적 양상이 있을 때, 우울증이 혼합될 때, 남자일 때 예후가 더 나쁘다. 조증삽화가 짧을 때, 나이가 많을 때의 발병, 자살의도가 적을 때,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없을 때 예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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